거래처 사장님이 가게에 오시더니 단가표를 내밀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셨어요. 당신 잘못이 아닌데도 그러시더라고요.
저는 커피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몰라요. 뉴스에서 나오는 얘기는 저도 손님들이랑 같이 듣는 쪽이고요. 다만 그게 가게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봅니다. 오늘은 그것만 적어볼게요.
이게 밖에서 보시는 거랑 제일 다른 부분이에요.
원두 단가는 어느 날 갑자기 확 오르는 게 아니라, 몇 달에 걸쳐 조금씩 여러 번 올라요. 그래서 그때마다 잔 값을 고칠 수가 없어요. 손님이 매번 달라진 값을 보면 그 가게를 안 믿게 되거든요.
그래서 가게들은 대개 참다가 한 번에 올립니다. 밖에서 보시기엔 갑자기 오른 것처럼 보이는데, 안에서는 이미 여러 번 맞고 난 뒤예요.
가게 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순서가 비슷해요.
저는 첫 번째는 안 하려고 합니다. 값을 올리면 손님이 알고 오시지만, 원두를 바꾸면 모르고 드시게 되잖아요.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대신 저는 두 번째, 세 번째를 먼저 하는 편이에요.
가격표를 보고 아시는 분은 의외로 적어요.
대신 이렇게들 말씀하세요. "요즘 여기 잔이 작아졌어요?" "그거 원래 같이 주시지 않았어요?" 저는 그 말이 나올 때마다 좀 미안합니다. 티 안 나게 하려던 게 다 티가 나 있는 거니까요.
한 단골 손님은 웃으면서 그러시더라고요. 어디를 가도 다 그렇다고요. 커피만 그런 것도 아니라고 하셨고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런 건 제가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에요.
제가 하는 건 하나예요. 한 달에 나가야 하는 돈을 잔 수로 나눠보고, 그 숫자가 안 맞으면 어디를 줄일지 정하는 것. 카페 매출로 먹고사는 사람이라 감으로 버틸 수가 없어요. 숫자가 답을 정해주면 저는 그대로 따릅니다.
값이 오르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그걸 손님한테 말해야 하는 날이 무서워요.
값을 올린 날엔 저도 하루 종일 카운터에서 눈치를 봅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아무 말 없이 그냥 드시고 가세요. 어떤 분은 오히려 "진작 올리셨어야죠" 하시고요.
그 말 한마디에 그날이 넘어갑니다. 값이 어떻게 되든, 결국 가게를 버티게 하는 건 그런 쪽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