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오래 미워하던 분이, 어느 날 문득 "제가 그 사람이랑 똑같아졌어요" 하며 씁쓸해했어요. 저는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미움은 이상하게도 미워하는 대상을 닮게 만들더군요.
그토록 싫어하던 모습을 자신에게서 발견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의 당혹감은 꽤 깊죠. 그런데 이건 당신이 나빠서가 아니라, 미움이라는 감정의 성질 때문일 때가 많습니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네가 심연을 오래 들여다보면, 심연도 너를 들여다본다.
아마 들어본 적 있으실 거예요. 이 말이 정확히 그 이야기죠. 무언가와 오래 맞서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방식에 물든다는 거예요. 거친 사람과 오래 다투면 나도 거칠어지고, 계산적인 사람을 오래 미워하면 나도 계산하게 되더군요.
미움은 대상을 밀어내는 감정 같지만, 사실은 그 대상에 시선을 붙들어 매는 감정이에요. 붙들려 있는 동안 나는 그를 계속 보고, 보는 만큼 닮아가는 거죠.
싫어하는 사람을 생각하느라 하루를 보낸 적 있으실 거예요. 그 시간 동안 내 머릿속은 온통 그 사람으로 채워집니다. 미워하는데 정작 그에게 내 시간과 마음을 다 내주고 있는 셈이죠. 그렇게 오래 두면 그의 방식이 내 방식이 되더군요.
저는 미움이 깊어질 때, 그 대상에서 시선을 거두는 연습을 해요. 이기려 하지도, 바꾸려 하지도 않고 그냥 눈을 떼는 거죠. 노려보기를 멈추면 물드는 것도 멈추더군요.
미워하던 걸 닮아간다면, 자신을 탓하기 전에 시선이 어디에 오래 머물렀는지 보세요. 심연을 그만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놓아줍니다. 미움에 나를 내주는 자리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를 내가 정하는 자리로 돌아서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