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실에서 시험을 망친 뒤, 문제가 이상했다고 오래 성토하던 분이 있었어요. 저는 그 말을 끊지 않고 들었습니다. 남을 탓하는 사람은 대개, 사실은 자기가 제일 아픈 사람이거든요.
일이 틀어질 때마다 남 탓이 먼저 나오는 자신이 밉다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 마음을 나무라기 전에, 그게 어디서 오는지부터 보는 게 순서인 것 같더군요.
한 철학자가 이런 마음을 깊이 들여다봤어요. 내가 어찌할 수 없었던 일 앞에서, 사람은 그 무력감을 견디려고 바깥에 원인을 만든다고요. "저 사람 때문에", "상황 때문에". 그렇게 해야 무너지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남 탓은 악의가 아니라 자기를 지키려는 반사에 가깝습니다. 다만 문제는, 원인을 바깥에 둘수록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진다는 거죠. 탓하는 동안 나는 계속 무력한 자리에 머물게 되더군요.
원한을 품은 자는 자신을 해친 그 순간에 영원히 매여 있다. 그는 과거를 향해 서서, 앞으로 걷지 못한다.
이 말이 오래 남았어요. 누군가를 원망하는 동안, 나는 계속 그 사람을 향해 돌아서 있는 거예요. 정작 내 삶은 앞에 있는데, 등을 지고 있는 셈이죠. 원망이 클수록 그 사람에게 내 시간을 더 내주게 되더군요.
저는 이걸 알고 나서 조금 달라졌어요. 남 탓이 올라올 때, "그럼 이 중에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뭐지"를 먼저 물어요. 대부분은 아주 작지만, 그 작은 하나가 내 손에 있다는 감각이 무력감을 걷어내더군요.
남 탓을 자꾸 하게 된다면, 그 마음을 미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탓을 바깥에 두는 대신, 그중 내가 쥘 수 있는 한 조각을 찾아보세요. 원망으로 과거에 묶이는 대신, 그 힘을 앞으로 쓰는 것. 탓할 대상을 찾는 자리에서, 내가 바꿀 것을 만드는 자리로 옮겨서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