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옷도 안 벗고, 가방을 무릎에 올려둔 채 사십 분쯤 앉아 계시던 손님이 있었어요. 금방 일어나실 것처럼 앉아 계시는데 계속 안 일어나시더라고요.
나가시면서 그러셨어요. "집에 가기가 싫은 건 아닌데, 바로는 못 들어가겠어요." 저는 그 말이 오래 남았어요. 밤에 가게를 하다 보면 그런 분들을 자주 보거든요.
이 얘기를 꺼내면 다들 비슷하게 말씀하세요. 집이 싫은 게 아니라고요.
회사에서 쓰던 얼굴이 있고, 집에서 쓰는 얼굴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사이에 갈아입을 시간이 없으면 그 얼굴을 그대로 들고 현관을 들어가게 돼요. 그러면 집에서도 계속 회사에 있는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바로 못 들어가시는 거예요. 게으른 것도 아니고 가족이 싫은 것도 아니고, 중간이 없어서 그런 거죠.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 들어가는 길이 있었고, 골목이 있었고, 동네 사람 만나서 인사하는 시간이 있었잖아요.
지금은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현관이에요. 회사 자리에서 집 소파까지가 한 시간도 안 걸리고, 그 사이에 아무 일도 안 일어나요. 몸만 옮겨진 거지 마음은 아직 사무실에 있고요.
그 사라진 중간을 어디선가 만들어야 하는데, 만들 데가 마땅치 않은 겁니다.
가게에서 보면 이런 식이에요.
다 같은 거예요. 문 하나 사이에 시간을 끼워 넣는 일. 이게 이상한 습관이 아니라, 없어진 걸 스스로 만들어내는 거더라고요.
여기서 뭘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그것도 일이 됩니다.
책을 읽어야 할 것 같고, 뭐라도 정리해야 할 것 같고요. 그런데 그러면 회사 얼굴을 벗는 게 아니라 다른 일을 하나 더 얹는 거예요.
그냥 앉아 계시면 됩니다. 십오 분이면 대개 충분하더라고요. 커피 한 잔이 반쯤 줄어들 때쯤이면 표정이 달라지시는 걸 저는 카운터에서 봐요.
밤에 오시는 분들은 커피가 급해서 오시는 게 아니에요. 잠깐 아무도 아니어도 되는 자리가 필요해서 오시는 거죠.
집에 바로 못 들어가는 자기를 이상하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건 회피가 아니라 준비예요.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 안에 있는 사람들한테 조금 나은 얼굴을 보여주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오늘도 한 정거장 앉았다 가세요. 저는 그거 눈치 안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