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서 원두를 사가신 손님이 며칠 뒤에 봉지를 도로 들고 오셨어요. 집에서 내렸는데 맹물 맛이 난다고요. 원두가 잘못된 줄 아셨대요.
그 자리에서 제가 같은 원두로 한 잔 내려드렸어요. 드셔보시더니 표정이 바뀌시더라고요. 원두는 멀쩡했어요. 어긋난 데는 늘 다른 곳에 있습니다.
이게 첫 번째고, 열에 예닐곱은 여기서 갈립니다.
집에서 내리시는 분들은 커피 가루를 생각보다 적게 쓰세요. 아까워서 그런 것도 있고,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몰라서 그런 것도 있고요.
기준을 하나 드리면, 물 이백 밀리리터에 커피 열두 그램에서 열다섯 그램 정도예요. 저울이 없으시면 밥숟가락으로 수북하게 두 술쯤 됩니다. 지금 쓰시는 양보다 많다 싶으면, 그게 맞는 겁니다.
끓인 물을 바로 붓지 않고 컵에 옮겼다가, 원두 꺼내고 필터 접다 보면 금방 식어요.
물이 미지근하면 커피에서 나올 게 안 나옵니다. 그러면 아무리 많이 넣어도 밍밍해져요. 끓고 나서 삼십 초쯤 두었다가 바로 붓는 게 좋아요. 준비는 물 끓기 전에 다 해두시고요.
갈아서 파는 걸 사셨다면 이쪽을 의심해보세요.
굵기를 못 바꾸는 상황이면, 대신 물을 천천히 부으세요. 물이 커피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서 어느 정도는 메워집니다.
이건 습관 문제라 고치기 제일 쉬워요.
처음에 조금만 부어서 커피가 부풀어 오르게 두시고, 삼십 초쯤 기다렸다가 나눠서 부으세요. 이 한 단계만 넣어도 맛이 확 달라집니다. 마른 커피에 물이 한꺼번에 지나가면 겉만 적시고 끝나거든요.
도구를 바꾸는 것보다 양과 물 온도를 고치는 게 훨씬 크게 바뀌어요. 돈도 안 들고요.
집에서 내린 커피가 가게 맛이 안 난다고 속상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저는 하루에 수십 잔을 내리면서 몸에 익힌 거고, 손님은 아침에 한 잔 내리시는 거잖아요. 횟수가 다른데 결과가 같으면 그게 이상한 거죠.
그래도 오늘 저 넷 중에 하나만 고쳐보세요. 내일 아침 잔이 달라져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