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반쯤 드시고 한 시간쯤 놔두셨던 손님이, 마지막 한 모금을 드시더니 얼굴을 찡그리셨어요. 맛이 이상하다고 하시길래 잔을 봤더니 얼음이 거의 다 녹아 있었어요.
커피가 상한 게 아니에요. 물이 늘어난 겁니다. 아이스 커피는 사실 처음 나올 때랑 삼십 분 뒤가 다른 음료예요.
따뜻한 커피는 시간이 지나면 식기만 하지 묽어지진 않아요. 그런데 아이스는 다릅니다.
얼음이 녹은 만큼 물이 그대로 잔에 들어가거든요. 처음에 커피 물이 이백 밀리리터였다면, 한 시간 뒤엔 삼백 가까이 되어 있을 수도 있어요. 같은 커피 양에 물만 늘어난 거니까 연해지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스를 시간이랑 같이 마시는 음료라고 말씀드려요. 천천히 드실 거면 처음부터 그걸 감안해서 시켜야 해요.
아이스로 나가는 잔은 따뜻한 것보다 커피를 더 넣습니다.
녹을 물을 미리 계산해서 진하게 잡아두는 거예요. 어떤 가게는 아예 얼음을 커피로 얼려서 쓰기도 합니다. 그러면 녹아도 커피가 나오니까 끝까지 맛이 안 무너져요.
집에서 하시려면 이게 제일 쉬워요. 남은 커피를 얼음 틀에 부어서 얼려두시면 됩니다. 다음 날 아이스로 드실 때 그 얼음을 쓰시면 되고요.
마지막 건 의외로 잘 안 알려져 있어요. 따뜻한 커피는 식어도 맛이 남는데, 아이스는 녹으면 맛이 사라집니다. 오래 계실 자리면 따뜻한 걸 드시는 게 손해를 덜 봐요.
텀블러는 얼음이 늦게 녹으니까 훨씬 나은데, 대신 그 안에서 온도가 오래 유지되면서 향은 계속 빠져요.
들고 나가서 두 시간 뒤에 드실 거면 얼음을 넉넉히 넣고 커피도 진하게 받으세요. 그리고 뚜껑을 자주 여닫지 않는 게 좋아요. 열 때마다 향이 한 번씩 나갑니다.
아이스 커피는 처음 세 모금이 제일 맛있어요. 그건 어느 가게에서 시켜도 똑같아요.
가끔 손님들이 미안해하시면서 "얼음 좀 더 주세요" 하세요. 그거 미안해하실 일 아니에요. 얼음은 원가가 거의 안 드는 거고, 저는 손님이 마지막 모금까지 맛있게 드시는 게 더 좋거든요.
그러니까 잔이 밍밍해졌다 싶으면 그냥 말씀하세요. 새로 채워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