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을 다 빌릴 수 있는데도 한 권만 고르겠다며 삼십 분을 서 계신 분이 있었어요. 결국 못 고르고 둘 다 놓고 가셨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자주 떠올립니다. 미루는 마음은 대개 이렇게 생겼더군요.
정하지 못하는 자리에는 대체로 손실이 하나씩 걸려 있어요. 이쪽을 고르면 저쪽을 잃으니까요. 그래서 결정하지 않고 있으면 아직 아무것도 잃지 않은 상태로 남습니다.
미룸의 정체는 시간을 버는 게 아니라 상실을 늦추는 것이더군요. 다만 그 사이에도 조용히 잃고 있습니다. 안 고른 채 흘려보낸 날들 말이죠.
조금만 더 알아보면 정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죠. 그런데 저는 그 느낌을 잘 안 믿습니다. 알아볼 게 남은 결정과, 이미 다 알지만 손이 안 가는 결정은 다르거든요.
후자라면 자료를 더 모아도 안 바뀝니다. 필요한 건 정보가 아니라 감당하겠다는 결심이니까요.
두 길 사이에 오래 선 자는, 서 있는 그 자리를 자기 길로 삼게 된다.
저는 결정을 두 종류로 나눠요. 되돌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은 빨리 정하고 겪어봅니다. 겪어본 뒤의 판단이 앉아서 하는 상상보다 훨씬 정확하더군요.
되돌릴 수 없는 결정만 시간을 들입니다. 대신 그때는 언제까지 정할지 날짜를 못박아요. 기한이 없는 숙고는 숙고가 아니라 그냥 유예였습니다.
결정을 자꾸 미루고 있다면, 오늘 당장 정하라고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언제까지 정할지 날짜 하나를 적어두세요. 되돌릴 수 있는 일이라면 그 날짜를 아주 가깝게 잡아도 되고요.
미루는 동안에도 시간은 나 대신 고르고 있더군요. 그 손에 맡길지, 내가 쥘지는 오늘 정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