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같은 걸 시키시던 손님이 들어오시길래, 주문하시기 전에 "오늘도 그걸로 드릴까요" 했어요. 웃으면서 그러시라고 하셨는데, 그다음 주에 오셔서는 다른 걸 시키시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아, 부담을 드렸구나. 반가워서 한 말이 그분한텐 도망갈 자리를 없앤 말이 됐던 거예요.
이게 이상한 게 아니에요. 두 마음이 같이 있는 게 맞아요.
내 얼굴을 기억해주는 데가 있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잖아요. 그런데 동시에 이제 함부로 안 갈 수는 없는 데가 하나 생긴 거이기도 해요. 오늘 기분이 별로여도 인사는 해야 하고, 한동안 안 가면 왜 안 왔냐는 말을 들을 것 같고요.
혼자 있고 싶어서 간 곳에서 혼자가 아니게 되는 거죠. 그게 부담이에요.
가게에서 보면 대개 이런 이유들이더라고요.
전부 다 관계가 생기면 따라오는 것들이에요. 손님이 예민한 게 아니라, 원래 사람 사이에 붙는 것들이 붙은 거고요.
이 얘길 꼭 해드리고 싶었어요.
저는 손님이 늘 시키던 걸 안 시키셔도 아무 생각 안 해요. 오늘 그게 당기셨나 보다 하고 맙니다. 두 달을 안 오셔도 어디 아프신가 잠깐 생각하고 말아요. 다시 오시면 그냥 반가운 거지, 그 두 달을 물어보지 않습니다.
가게 하는 사람은 하루에 수십 명을 보거든요. 손님 한 분 한 분을 따라다니면서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기억은 하지만 따지지는 않아요. 그게 제일 정확한 표현일 것 같네요.
단골이 되는 게 계약이 아니에요.
말 걸리는 게 싫으시면 그냥 그렇게 말씀하셔도 돼요. "오늘은 좀 조용히 있을게요" 한마디면 저는 알아듣습니다. 그거 서운해할 일도 아니고요. 오히려 그렇게 말해주시면 제가 편해요. 눈치로 재는 것보다 훨씬 낫거든요.
다른 데 가셔도 됩니다. 저도 다른 가게 가요.
자주 오시는 분한테 제가 바라는 건 하나뿐이에요. 오고 싶을 때 부담 없이 오시는 것.
그 손님은 그다음 달에 다시 오셨어요. 이번엔 제가 아무것도 안 물어보고 메뉴판만 드렸고요. 한참 보시더니 결국 늘 시키던 걸 시키시더라고요.
저는 그게 좋았어요. 이번엔 그분이 고르신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