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주말,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는데 얼굴이 더 피곤해 보이는 분이 있었어요. 쉰다고 쉬었는데 왜 더 지쳤을까요. 저는 그게 참 익숙한 풍경이더라고요.
분명 쉬었는데 개운하지 않은 경험. 이건 몸이 약해서가 아니에요. 쉼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더라고요.
쉰다면서 우리는 대개 화면을 보거나 다음 할 일을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더라고요. 몸은 누워 있어도 마음은 계속 뭔가에 붙들려 돌아가는 거죠. 그러면 시간은 흘렀는데 마음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는 셈이에요. 그게 쉬어도 안 풀리는 이유인 걸지도 모르겠네요.
진짜 피로는 몸보다 마음에 쌓이더라고요. 그래서 소파에 오래 누워 있어도, 마음이 계속 일하고 있으면 쉰 게 아닌걸요.
가장 어려운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마음까지 내려놓는 것이다.
이 말이 맞더라고요. 우리는 무언가 하는 데는 익숙한데, 아무것도 안 하면서 마음까지 쉬게 하는 건 오히려 서툴러요. 멍하니 있는 걸 시간 낭비처럼 느끼니까요. 그런데 그 멍한 시간이야말로 마음이 겨우 숨을 쉬는 자리겠지요.
쉬면서도 개운하지 않은 데는 죄책감도 한몫하더라고요. 이러고 있어도 되나,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요. 그 죄책감이 쉬는 내내 마음 한구석에서 계속 일하고 있으니, 몸은 쉬어도 마음은 못 쉬는 거겠지요. 쉴 땐 쉬어도 된다고 스스로 허락해주는 게 먼저인걸요.
저는 쉬어도 안 풀릴 때, 화면을 끄고 그냥 비 소리를 들어요. 아무 생산적인 것도 하지 않는 그 잠깐이, 소파에 누운 몇 시간보다 마음을 더 쉬게 하더라고요.
쉬어도 쉰 것 같지 않다면, 더 오래 눕는다고 풀리진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몸만 멈추는 대신, 아주 잠깐이라도 마음까지 내려놓아 보세요. 아무것도 안 하는 그 시간이, 진짜 쉼이 되어주기도 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