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는 말을 듣고 고맙다고 답한 뒤에 한참 창밖만 보던 친구의 옆얼굴이 기억나요. 고맙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을 거예요. 다만 그 말이 어디에도 닿지 않은 얼굴이었더라고요.
위로가 안 통하면 우리는 자기 탓부터 해요. 내가 예민한가, 마음을 안 여는 건가 하고요. 그런데 대개는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말이 닿으려면 그 말이 지금 내가 있는 자리를 알아봐야 해요. 좋은 말이라도 다른 자리를 향해 있으면 그냥 지나가는걸요. 잘 될 거라는 말은 지금 안 되고 있는 사람의 자리를 건너뛰거든요.
위로에는 가끔 부탁이 섞여 있더군요. 네가 힘들어하는 걸 보는 게 나도 힘드니 얼른 괜찮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요. 나쁜 마음은 아니겠지요. 다만 듣는 쪽은 그걸 알아채더군요.
그래서 좋은 말을 듣고도 더 외로워지는 일이 생겨요. 내 상태를 설명하는 대신 상대를 안심시켜야 하니까요. 위로받으러 갔다가 위로해주고 돌아오는 셈인걸요.
인간의 마음은 슬픔을 부정당할 때 가장 외로워진다.
저는 이 결의 말을 오래 붙들고 있었어요. 실제로 남는 위로는 대개 뭘 해결해준 말이 아니더군요. 그렇지, 그럴 만하네, 하고 상태를 그대로 인정해준 말이었어요.
값싼 위로를 굳이 받아들이지 않으셔도 돼요. 좋은 게 있잖아, 라는 말에 고개를 못 끄덕이는 건 배가 부른 게 아니라 지금 그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누가 힘들다고 하면 해결책을 잘 안 내놔요. 못 내놓는 거기도 하고요. 대신 같이 앉아 있어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거의 전부더라고요.
오늘 어떤 말도 안 닿으셨다면, 그건 당신이 까다로워서가 아니에요. 아직 그 자리를 알아봐 준 말을 못 만난 것뿐인걸요. 그런 밤에는 누가 답을 주지 않아도, 같은 자리를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조금 덜 외로워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