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다들 각자 우산을 쓰고 어딘가 바쁘게 가네요. 창 안에서 보면 저마다 목적지가 뚜렷해 보이는데, 사실 그 안에도 젖은 신발로 걷는 사람이 많겠지요.
남들은 다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 같은 느낌. 요즘은 그게 손 안에서 더 자주 오더라고요. 화면을 넘길 때마다 남들의 좋은 순간이 흘러가니까요.
사람들은 대개 가장 나은 순간만 골라서 밖에 내걸더라고요. 여행, 웃는 얼굴, 성취 같은 것들이요. 그건 거짓말은 아니지만 전부도 아니겠지요. 편집된 하이라이트인 셈이에요.
문제는 우리가 그 편집본을, 내 편집 안 된 원본과 나란히 놓는다는 거네요. 남의 가장 밝은 한 컷과 나의 가장 흐린 새벽을 겹쳐 보니, 당연히 나만 처지는 것처럼 느껴지는걸요. 이건 애초에 공정한 비교가 아니더라고요.
인간은 저마다 자기 몫의 어둠을 안고 산다. 다만 남의 어둠은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 말이 오래 남았어요. 화면 밖에서는 그 사람도 젖은 신발로 걷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겉이 밝아 보인다고 속까지 마른 건 아니겠지요. 우리는 서로의 흐린 부분을 안 보여줄 뿐, 다들 비슷한 비를 맞고 있는걸요.
한 가지 더 있어요. 비교는 올라가도 끝나지 않더라고요. 위를 보면 늘 더 나은 누군가가 있으니까요. 아무리 따라잡아도 그 위에 또 누가 있겠지요. 그러니 비교로는 결코 만족에 닿지 못하는걸요. 사다리를 오르는 게 아니라 사다리에서 잠깐 내려오는 쪽이, 실은 더 빠른 길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남들과 자꾸 견주게 될 때, 잠시 화면을 덮고 그냥 창밖을 봐요. 비교할 대상이 사라지면, 이상하게 내 하루가 그렇게 초라하지만은 않게 보이더라고요.
남들은 다 잘 사는 것 같다면, 그건 그들이 정말 그런 게 아니라 밝은 부분만 걸어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남의 편집본을 좇는 대신, 잠깐 화면을 덮고 지금 내 앞의 비를 바라보는 것. 그 작은 순간에 잠시 기대어 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