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뭔가를 손에 쥐고도 자꾸 다음 걸 보는 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방금 산 걸 봉투에 넣자마자 벌써 다른 걸 검색하고 있네요.
저도 다르지 않아요. 갖고 싶던 걸 손에 넣으면 딱 하루쯤 좋고, 그 다음엔 이상하게 또 허전해지는걸요.
오래전 한 사람이 우리 마음을 시계추에 비유했어요. 결핍과 권태 사이를 끝없이 오간다고요. 뭔가 없으면 괴롭고, 채우면 잠깐 멎었다가 이내 지루해지네요.
그러니 만족이 안 되는 건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더라고요. 마음이 원래 그렇게 생긴 거예요. 채움은 끝이 아니라 다음 결핍의 시작인걸요.
그래서 더 좋은 걸, 더 많은 걸 가지면 해결될까 싶지만 아마 비슷하겠지요. 시계추는 추가 무거워진다고 멈추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더 크게 흔들릴 뿐이더라고요.
물론 이걸 안다고 욕심이 사라지진 않아요. 다만 "왜 나는 늘 이 모양일까" 하고 자신을 탓하던 마음은 조금 내려놓게 되네요. 원래 그런 거니까요.
사실 그 결핍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도 맞더라고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없으면 사람은 잘 나아가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채우려는 마음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순 없겠지요. 다만 채우면 다 해결될 거라 믿는 그 기대가 우리를 계속 헛헛하게 만드는 거네요. 채움이 답이 아니란 걸 알고 나면, 같은 결핍 앞에서도 덜 휘둘리게 되는걸요. 없으면 없는 대로 잠시 두고 볼 여유가 조금 생기더라고요.
저는 이걸 알고 나서 오히려 편해졌어요. 만족이 오래 안 가는 게 정상이면, 짧게 왔다 가는 그 잠깐을 놓치지 않으면 되겠구나 싶었거든요.
비가 창을 타고 흐르는 걸 가만히 보는 순간, 따뜻한 잔이 손을 데우는 그 온기. 그런 건 뭘 더 가지지 않아도 지금 여기 있네요. 채워서 얻는 게 아니라, 잠깐 원하는 걸 멈췄을 때 찾아오는 고요더라고요. 아무리 가져도 만족이 안 된다면, 어쩌면 더 갖는 방향이 아니라 잠시 멈추는 방향에 그 고요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