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그러더라고요. 불 끄고 누우면 오 년 전 회식 자리에서 자기가 했던 말이 또렷하게 떠오른다고요. 그때 아무도 신경 안 썼을 거라고 몇 번을 말해줘도 소용이 없대요. 저도 그 밤을 알아요.
낮에는 할 일이 있어서 기억이 끼어들 틈이 없죠. 그런데 불을 끄고 눕는 순간 하던 일이 다 사라져요. 그 빈자리로 오래된 장면들이 밀려 들어오더라고요.
그러니까 밤에 유독 심한 건 마음이 밤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밤이 되어서야 자리가 나기 때문이겠지요. 우리가 약해서가 아닌걸요.
이상하게도 되감기는 좋았던 장면을 잘 고르지 않아요. 굳이 내가 어설펐던 순간, 말실수한 순간을 골라 오죠. 마음이 그 장면들을 아직 정리하지 못했다는 뜻이겠지요.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은 좀처럼 생각하지 않고, 없는 것만 늘 생각한다.
기억도 비슷하더라고요. 무사히 지나간 수백 번의 자리는 안 떠오르고, 걸린 한 번만 계속 돌아와요. 그게 우리 마음이 원래 하는 일인걸요.
생각을 안 하려고 애써본 적 있으실 거예요. 그게 잘 안 되죠. 밀어내려는 힘 자체가 그 장면에 다시 불을 켜주니까요.
저는 요즘 밀어내는 대신 그냥 옆에 두려고 해요. 또 왔구나, 하고요. 이상하게도 싸우지 않으면 좀 더 빨리 지나가더라고요. 다 없애지는 못해도 머무는 시간은 짧아지는걸요.
그래도 안 잦아드는 밤에는 창문을 조금 열어요. 빗소리든 바람 소리든 밖의 소리가 들어오면, 머릿속에서 혼자 돌던 목소리가 조금 작아지더라고요. 잠깐이나마 나에게서 벗어나는 시간이요.
오늘 밤에도 그 장면이 돌아온다면, 그걸 이겨내려 하지 않으셔도 돼요. 옆에 두고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만으로 충분한 밤이 있거든요. 그런 밤을 보내는 사람이 당신 혼자는 아니라는 것도 같이 알아두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