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발표를 기다리며 십 분마다 같은 화면을 새로 고쳤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이 성격이 급해서 그렇다고 하시더군요.
성격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상황에서는 누구든 그렇게 됩니다. 손에 쥔 게 없는데 결과만 남아 있으면 사람은 화면이라도 누릅니다.
그건 조급함이 아니라 초조함입니다.
초조함은 결과가 내 손 밖에 있을 때 생깁니다. 이미 다 했고 남은 건 기다리는 일뿐입니다. 발표, 답장, 검사 결과, 상대의 결정.
조급함은 일이 내 손 안에 있을 때 생깁니다. 할 수 있는데 속도가 안 납니다. 진도가 안 나가고, 시간은 줄고, 내가 밀고 있는 중입니다.
같은 급함이지만 하나는 기다리는 급함이고 하나는 앞지르려는 급함입니다.
조급함은 힘이 듭니다. 대신 쓴 만큼 앞으로는 갑니다.
초조함은 쓸 곳이 없습니다. 에너지는 똑같이 나오는데 쓸 데가 없으니 전부 자기 안에서 돕니다. 화면을 새로 고치고, 이미 아는 걸 다시 확인하고, 없는 신호를 찾습니다. 아무 일도 안 하는데 저녁이면 완전히 지쳐 있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래서 초조함을 조급함으로 잘못 부르면 자기를 탓하게 됩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게을러서 이런 줄 알거든요. 하지만 손에 쥔 게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원래 없습니다.
지금 그 일에 대해 오늘 안에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애매하면 이렇게 물으시면 더 잘 갈립니다. 그 행동을 지금 하면 결과가 조금이라도 달라집니까? 안 달라진다면 그건 행동이 아니라 확인이고, 확인은 초조함의 증상이지 대책이 아니지요.
조급함 쪽이면 할 일은 줄이는 것입니다. 속도가 안 나는 이유는 대개 너무 많이 붙잡고 있어서입니다.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오늘 밖으로 미루면 속도는 대개 돌아옵니다.
초조함 쪽이면 할 일은 확인 횟수를 정해두는 것입니다. 없애는 게 아니라 정하는 겁니다. 하루 두 번, 시간까지 적어두시면 됩니다. 그 사이에는 안 봅니다. 기다리는 일에는 확인이 아니라 간격이 필요합니다.
이 구분이 붙으면 최소한 자기 성격을 탓하지는 않게 되겠지요. 성격의 문제였던 적이 애초에 없으니까요.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오늘 마음이 급하셨다면 하나만 물어보시죠. 지금 내 손에 쥔 게 있는지.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 쥔 게 없으시면 그것부터 같이 확인해봅시다.